멜로디냐 경고음이냐, 새들이 소리로 말하는 이유
노래하는 새, 울부짖는 새 – 소리의 비밀을 풀다
어느 봄날 아침, 창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눈을 떠보신 적 있으신가요? 뻐꾹뻐꾹 시계를 대신하는 뻐꾸기, 연못가에서 단조로운 멜로디를 반복하는 물총새, 그리고 숲 속에서 울리는 지저귐의 교향곡. 그런데 똑같이 하늘을 날며 같은 자연에 사는 새들임에도, 어떤 새는 노래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반면, 어떤 새는 마치 경고하듯, 울부짖거나 날카로운 소리만 반복합니다. 왜일까요? 단순한 ‘소리 차이’로 넘기기엔, 그 안에는 놀랍도록 정교한 진화의 설계와 생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노래하는 새(Songbird)’라는 이름 자체가 존재할 정도로, 새들 중에는 음악적으로 발달한 종류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연작지기, 검은지빠귀, 종달새처럼 ‘연속적이고 구조화된 멜로디’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들의 노래는 단순히 “예뻐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주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구애’와 ‘영역 표시’입니다.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다른 수컷에게는 “여긴 내 구역이야!”라고 주장하는 방식이지요. 흥미롭게도 이 노래들은 대부분 ‘수컷’이 부르며, 그 멜로디는 나무 하나, 산 하나 건너도 퍼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사랑과 생존, 두 가지 모두를 위한 음악인 셈입니다.
반면, 까마귀나 갈매기처럼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울부짖음의 대표주자들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기보다는, 짧고 강한 소리로 감정을 전달하거나 위험을 알립니다. 울음은 거칠고 단순한 주파수로 구성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까치는 고양이나 사람이 다가올 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냅니다. 위험의 종류나 거리에 따라, 울음의 세기나 반복 속도까지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울음은 동료에게 신속하게 위험을 전달하고, 포식자에게는 “우리가 널 봤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새는 노래하고, 어떤 새는 울부짖게 되었을까요? 이는 진화의 방향성과 서식 환경, 그리고 생존 방식에 따라 달라진 결과입니다. 노래하는 새들은 대개 숲이나 덤불처럼 시야가 좁고 복잡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시각보다 청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유리합니다. 반면, 바닷가나 평지처럼 탁 트인 곳에 사는 새들은 눈으로 서로를 인식할 수 있으므로, 굳이 멜로디를 통해 ‘내 존재’를 알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대신 빠르게 감정을 전달하거나 포식자에게 대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고, 그렇게 울음 위주의 의사소통이 발달한 것입니다.
또한, 뇌의 구조와 신경 발달 정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노래하는 새들은 뇌 속에 ‘고도의 발성 제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음을 학습하고 조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 학습과 비슷하게, 이 새들은 어릴 때 부모 새나 주변 성체 새의 소리를 듣고 흉내 내며 배웁니다. 심지어 지역 방언처럼, 같은 종이라도 지역마다 노래가 달라지기도 하지요. 반면, 울음 위주의 새들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정해진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신속하고 직관적인 반응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진화해온 흔적입니다.
그렇다고 울부짖는 새들이 감정 없는 메신저인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때로는 감정의 농도를 담아내며, 무리와의 유대를 강화합니다. 예컨대, 까마귀는 서로를 부르고 인사하는 음성을 따로 사용하며, 긴장 상태일 때와 편안할 때의 소리가 명백히 다릅니다. 또, 연구에 따르면 까마귀나 앵무새는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로 서로의 감정을 조율하기도 합니다. 즉, 멜로디와 감성의 표현 방법이 다를 뿐, 그들도 충분히 정서적 소통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인간의 음악과 새의 노래에는 ‘패턴과 리듬’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새의 노래를 ‘자연의 음악’이라고 부르며, 인간의 창작 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종달새의 노래에서 하프 연주를 연상했고, 동양에서는 꾀꼬리의 소리를 시와 그림에 녹여내며 미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새들의 소리는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서, 문화적 상징과 예술의 원천으로까지 이어져 온 것이지요.
결국 ‘왜 어떤 새는 노래하고, 어떤 새는 울부짖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생태에 맞춰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사랑하고, 경계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도 틀린 방식은 없습니다. 마치 사람도 목소리가 다 다르듯, 새들도 자신의 환경에 가장 잘 맞는 언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 다양성 속에 자연의 정교함이 숨어 있고, 우리가 귀 기울이면 그 속에서 삶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번 숲 속 산책길에서 새의 소리가 들려오거든, 그 음의 모양과 의도를 한번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평소 듣던 그 ‘짹짹’ 소리도, 그 새가 세상에 보내는 특별한 메시지일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