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힌 새들, 봉황·주작·삼족오의 놀라운 전설
하늘을 품은 새, 전설이 된 새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하늘을 나는 새’에 꿈을 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조차 그려내기 어려운 신비한 새들이 있지요. 바로 봉황, 주작, 삼족오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날개 달린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믿음과 염원, 그리고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품은 상징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신비로운 전설의 날개를 따라, 옛이야기의 하늘을 함께 날아가 보겠습니다.
불멸의 왕조를 상징한 새, 봉황
먼저 봉황(鳳凰)이라는 이름부터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단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봉황은 흔히 ‘용과 나란히 하늘을 다스리는 영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정확히는 봉(鳳)이 수컷, 황(凰)이 암컷입니다. 즉, 봉황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이성적 결합의 완전체’인 셈이지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역에서 봉황은 가장 고귀한 새로 여겨졌습니다. 하늘의 뜻을 전하고, 성군이 태어났을 때 나타나며, 태평성대를 알리는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조선시대 궁중 의복의 자수 무늬나 왕비의 가마, 단청의 문양에도 봉황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요.
봉황은 상상 속의 새이지만, 그 형상은 꽤 구체적입니다. 닭의 부리, 제비의 턱, 뱀의 목, 기린의 등, 물고기의 꼬리라는 묘사가 전해져 내려오는데요, 이는 단지 외형적인 조합이 아니라 각 동물의 덕목을 상징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장 완벽한 존재’로 그려진 이유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봉황은 결코 아무 때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혼란하면 숨어버리고, 도가 다스려질 때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그렇기에 봉황은 단지 전설 속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 즉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존재로 남게 되었습니다.
남방을 지키는 불새, 주작의 뜨거운 날갯짓
다음은 주작(朱雀)입니다. 이 새는 단순히 전설 속 영물이라기보다 방위를 지키는 신수(神獸)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청룡(동쪽), 백호(서쪽), 현무(북쪽), 그리고 주작은 남쪽을 지키는 불의 상징이지요.
주작의 몸은 불꽃처럼 붉고, 날갯짓에는 바람과 열기가 일어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마치 하늘에서 타오르는 불사조처럼, 주작은 태양의 기운을 품고 있어 남방의 따뜻함과 성장, 번영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주작이 출현하는 방향에 제단을 세우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분 벽화 속 주작은 예술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중 일부에는 정교하게 그려진 주작이 등장하는데요, 그 모습은 단지 미적 표현을 넘어서 죽은 자의 영혼이 불꽃처럼 솟아올라 천상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붉은 깃털 사이로 용처럼 뻗은 목과, 해를 삼킬 듯한 부리는 주작의 위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점은, 주작은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만 존재하는 존재’로 여겨졌다는 점입니다. 계절로는 여름, 시간으로는 정오(낮 12시), 방위로는 남쪽, 그리고 오행으로는 **화(火)**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주작은 시간과 자연의 법칙과도 맞닿아 있는, 그야말로 우주적 존재라 할 수 있지요.
태양 속의 까마귀, 삼족오의 신비
이제는 가장 독특한 새, 바로 삼족오(三足烏)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이름 그대로 ‘세 발 달린 까마귀’인데요, 처음 들으시면 “세 발이요?” 하고 눈을 휘둥그레뜨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새는 단지 기이한 모습 때문이 아니라, 태양을 품은 새라는 점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삼족오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태양 자체 혹은 태양신의 화신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고구려 고분 벽화, 백제 금동대향로, 일본 신화, 심지어는 중국의 고대 벽화에서도 삼족오가 나타납니다. 이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동아시아 고대 문화권이 공유한 태양 숭배 사상의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 발일까요? 여러 해석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 개의 발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의미하며, 삼위일체처럼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설로는, 태양의 세 시기 – 떠오름, 머무름, 지는 시간을 각각 상징한다는 이야기, 혹은 새가 균형 잡힌 채로 태양 안을 걷기 위해 세 발이 필요하다는 전승도 전해집니다.
삼족오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고구려에서는 국조(國鳥)로 여겨졌고, 왕권을 정당화하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태양과 함께하는 까마귀라니, 어찌 보면 그 자체로도 “이 나라의 하늘은 바로 이 왕이 밝힌다”는 선언 같지 않습니까?
하늘을 나는 신화, 그 안의 우리 마음
봉황은 평화를, 주작은 불꽃의 기운을, 삼족오는 태양의 질서를 상징합니다. 이 셋은 모두 날개를 가졌지만 단지 하늘을 나는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품은 바람과 꿈, 그리고 우주의 질서를 담은 신화적 존재들입니다.
이 새들의 전설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평화를 갈망하며 봉황을 꿈꾸었고, 강한 불의 기운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주작을 불렀으며, 자신이 빛이 되기 위해 삼족오의 날갯짓을 기억했던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날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우리가 실제로 그 모습을 본 적은 없더라도, 그 상상의 날개 안에 담긴 의미는 시대를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