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뇌의 큰 상상력, 새들의 꿈을 찾아서

깃털 달린 생명체도 꿈을 꾸는가?

하늘을 가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 그 작고 영리한 존재들이 과연 꿈을 꿀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생명체의 의식과 감정, 기억, 학습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꿈이란 단순히 잠자리에서 펼쳐지는 환상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뇌가 깨어 있을 때보다 더 창의적이고, 때로는 무의식 깊숙한 곳까지 여행을 떠나는 정신의 모험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작은 깃털로 덮인 이 존재들도 그런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요?

조류의 수면은 포유류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일반적으로 90분 단위의 수면 주기를 겪으며 렘(REM) 수면과 비렘(NREM) 수면을 번갈아 경험합니다. 렘 수면에서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연구에 따르면 일부 조류도 REM 수면을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어떤 종은 이 렘 수면이 사람보다도 더 빈번하고, 더 짧은 주기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새들도 일종의 꿈을 꿀 수 있는 생리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과학자들은 앵무새나 참새 같은 조류가 수면 중에 눈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날갯짓을 흉내 내는 듯한 미세한 근육 반응을 보이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사람의 경우도 꿈을 꾸는 동안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 현상이 조류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마치 그들도 꿈속에서 숲 사이를 날아다니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다시 복습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새들이 꾸는 꿈은 어떤 내용일까요? 어쩌면 그들은 날면서 본 숲의 풍경, 쫓기던 순간의 두려움, 또는 무리 속에서의 사회적 관계 같은 장면을 다시 떠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두뇌 안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시나리오

조류의 뇌는 작습니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단순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사실 많은 새들은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기억력, 모방 능력, 심지어는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는 수준의 자각을 보여줍니다. 까마귀나 앵무새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사회적 유대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교한 인지 능력을 가진 뇌가 잠자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신경과학자들은 조류의 뇌에서 사람과 유사한 뇌파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특히 렘 수면 중에는 빠르고 불규칙한 뇌파가 나타나며, 이 시기에는 뇌가 ‘기억을 정리하거나 감정을 처리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흥미로운 것은, 조류도 학습을 한 날에는 렘 수면의 비율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인간이 시험 공부 후 꿈속에서 복습하는 것처럼, 새들도 배운 내용을 꿈속에서 재조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제비와 같은 조류는 비행 훈련이 필요한 시기에 수면 중 더 많은 렘 수면을 보입니다. 새끼 시절에 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뇌는 수면 중에 그 기술을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지요. 마치 뇌가 현실을 리허설하는 무대처럼 작동하는 셈입니다. 그 리허설이 꿈이라고 한다면, 새들도 꿈을 꾸며 미래를 준비하는 셈이지요.

반쪽 눈으로 자는 새, 그리고 그들이 꾸는 반쪽 꿈

하지만 조류의 수면은 단순히 렘 수면의 유무로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새들은 생존을 위해 독특한 수면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반구 수면(unihemispheric slow-wave sleep)’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뇌의 절반만 잠드는 상태를 말하며, 나머지 절반은 깨어 주변을 감시합니다. 기러기나 오리처럼 집단 생활을 하는 새들은 무리를 이루어 쉴 때, 외곽에 있는 개체가 한쪽 눈을 뜨고 반쪽 뇌를 깨어 있게 유지합니다. 천적의 기척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반구 수면 상태에서도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반구 수면 중인 새는 렘 수면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상태에서는 깊은 꿈을 꾸기 어렵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안전한 환경, 예를 들어 둥지 안에서는 양쪽 뇌 모두가 편안히 잠들며, 그때 비로소 진짜 ‘꿈꾸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이는 마치 바쁜 도시 한복판에서 꾸는 얕은 잠과 조용한 시골 마을의 깊은 잠을 비교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인간도 주변 소음이나 불안 요소가 많을수록 꿈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새들도 마찬가지로 주변의 안전함이 뇌의 휴식과 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보면, 조용한 아침에 나뭇가지에서 졸고 있는 새는 그저 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어젯밤 꾸던 꿈의 결말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의 꿈, 생명의 공통 언어일까?

우리는 흔히 꿈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동물이 렘 수면을 통해 꿈 유사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꿈은 어쩌면 생명이 가진 공통된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언어로 꿈을 설명하지만, 새는 날갯짓과 노래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지저귀는 새소리도 어쩌면 꿈의 여운이 남은 채 흘러나오는 멜로디일지도 모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듣는 새소리는 단지 경계나 짝짓기의 신호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는 어제의 기억, 오늘의 감정, 그리고 내일의 바람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꿈속에서 경험을 정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듯, 새들도 꿈을 통해 생존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새도 꿈을 꿀까?’라는 질문은, ‘우리는 다른 생명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라는 더 깊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작은 깃털 속에 숨겨진 복잡한 뇌의 작동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꿈의 세계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그 경이로움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자연과 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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