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지저귐은 신호일까, 감정일까? 조류 감정 표현 완전 분석
새는 감정을 느낄까요? 단순한 본능일까요, 진짜 감정일까요?
아침 숲속을 거닐다 보면 나뭇가지 위에서 서로 재잘거리는 새들의 소리에 귀가 절로 열립니다. 어떤 새는 소리 높여 노래하고, 어떤 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나뭇잎 사이를 뛰어다닙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드셨을 수도 있습니다. ‘저 새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생존 본능일 뿐일까?’ 많은 분들이 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시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얼굴 표정도 없고,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과학자들과 조류 관찰자들은 수십 년간 연구와 경험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새도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새는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는 걸까요?
노래는 단순한 구애일까? 감정의 언어로서의 ‘울음’
많은 분들이 새의 지저귐을 ‘구애’나 ‘영역 표시’로만 알고 계시지만, 사실 새의 울음소리는 훨씬 더 복합적인 감정 표현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울새(European robin)는 혼자 있을 때와 다른 새가 근처에 있을 때 울음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연구자들은 이 차이가 ‘불안’, ‘긴장’, ‘자신감’ 등의 감정 상태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있지요. 또 앵무새처럼 사회성이 강한 새들은 주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을 매우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주인이 관심을 주지 않으면 억울한 듯 소리를 높이거나, 외로울 때는 사람의 손가락을 쪼면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 모든 울음과 소리에는 단순한 ‘본능’ 그 이상의 감정적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깃털과 몸짓으로 전하는 마음의 언어
감정을 목소리로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새는 온몸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특히 날개, 꼬리, 깃털의 움직임은 사람의 눈빛만큼이나 솔직한 감정의 반영입니다. 예를 들어, 앵무새가 기분이 좋을 때는 머리 깃털을 세우고 양쪽 날개를 미세하게 흔들며 다가옵니다. 이건 사람으로 치면 ‘웃으며 손 흔들기’와 비슷한 제스처이지요. 반대로 불쾌하거나 경계심을 느낄 때는 깃털을 바싹 붙이고 몸을 낮춰 웅크립니다. 까치나 까마귀처럼 똑똑한 새는 화가 날 때 꼬리를 위로 세우고 짧고 굵은 울음으로 경고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깃털 하나하나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새도 눈물 흘릴까요? 스트레스와 우울을 느끼는 순간들
신체적인 반응 역시 감정의 또 다른 증거입니다. 새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식욕이 줄거나, 깃털을 자주 뽑고, 활동량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이는 사람의 우울증 증상과도 유사합니다. 특히 좁은 새장에 갇혀 사는 앵무새나 카나리아는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깃털을 스스로 뽑는 ‘자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명백히 감정에서 비롯된 반응이며, 단순한 생존 본능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사람처럼 눈에 눈물이 고이진 않지만, 행동의 변화를 통해 감정이 깊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새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새의 사회적 유대, 감정의 가장 강력한 증거
새들은 단순히 무리를 이루는 존재가 아닙니다. 서로를 기억하고, 관계를 맺으며, 심지어 슬픔에 잠기기도 합니다. 어떤 까마귀는 짝이 사라진 후 며칠 동안 짝이 있던 자리를 계속 맴돌며 울기도 하지요. 정해진 짝 없이 여러 마리와 어울리는 번식 형태를 가진 제비조차도 특정 개체와의 관계에 애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앵무새는 특히 감정적 유대가 강해서, 오랜 주인과 떨어졌을 때 우울증 증상을 겪거나 심하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감정’ 없이는 설명될 수 없는 사회적 연결이자, 우리가 새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감정 표현을 통해 본 ‘새’의 진짜 얼굴
결국, 새도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사람과 꼭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전달됩니다. 노래 속에는 기쁨과 외로움이 담겨 있고, 깃털 속에는 설렘과 불안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새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열고 있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공원에서,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하는 새를 보신다면 그저 ‘지저귐’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이렇게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친구는 지금 기분이 좋은 걸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무언가에 놀란 걸까?’ 그렇게 관찰하고 마음을 기울이는 순간, 새와 사람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