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마주한 시간

햇살이 처음 따뜻하게 느껴졌던 그날

어느 겨울 끝자락, 모두가 아직 코트를 움켜쥐고 걷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도시의 회색빛 거리 위로 그날따라 햇살이 낯설 정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지요. 찬 공기 사이로 살짝 스며드는 햇빛이 어깨를 두드릴 때, 저는 고개를 들고 말았습니다. 빌딩 사이로 사선으로 내려오는 빛줄기 속에서 먼지가 반짝였고, 바닥에 쏟아지는 그림자는 노란색 수채화 같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 어딘가가 ‘툭’ 하고 울렸습니다. “아, 살아 있구나.” 그런 느낌이었지요. 차갑고 바쁘기만 했던 도심에서 그렇게 자연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빛 하나로요. 그 순간부터 저는 햇살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출근길에도,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마치 예쁜 문장처럼 햇살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자연은 거창하게 산속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하루의 햇살 덕분에 저는 제 일상에서 자연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디작은 순간들이, 결국 마음에 뿌리를 내리더군요.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생긴 감정

여러분도 비 오는 날, 괜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 적 있으시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특히 일이 많고 마음이 산란한 날일수록, 빗소리는 묘하게 사람을 붙잡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쉴 틈 없이 흘러가는 하루에 지쳐 책상에 턱을 괴고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그러다 이내 유리창을 두드리며 토닥토닥 소리를 냈지요. 저는 그 소리에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누군가 제 등을 다독이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된 기억을 톡톡 두드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듣다 보면, 언제부턴가 숨이 편안해지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비처럼 씻겨 내려갑니다. 땅을 적시며 흘러가는 물줄기 하나하나가 마음을 어루만지듯 흘러가더군요. 그 순간 문득 ‘자연이 이렇게 말을 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없이도, 손길 없이도 우리를 위로하는 힘. 자연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슬픈 날이든 기쁜 날이든, 저는 자연과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풀벌레 소리에 잠 못 이루던 여름밤

여름밤이면 도시의 더위에 지쳐 쉽게 잠들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와 시골집에 묵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누워 있는데, 귓가에 퍼지는 풀벌레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고요와 자연의 소리였으니까요. 하지만 한참을 듣고 있으니 점점 그 소리들이 하나의 합주처럼 느껴졌습니다. 귀뚜라미, 매미, 바람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까지. 어릴 적 여름밤이 떠올랐습니다. 모기장을 치고 누워 있던 밤, 선풍기 바람 소리와 함께 들리던 익숙한 자연의 소리들. 그날 밤 저는 한참을 눈을 감지 못하고 풀벌레 소리를 들었습니다.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그 중간의 소리. 왠지 모르게 그게 사람 마음을 다독이는 리듬이더군요. 그날 이후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소음 속에서도 숨어 있는 자연의 음률을 찾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나무 아래 그늘에서 보낸 한낮의 평화

한여름, 지칠 대로 지쳐 그늘을 찾아 들어간 어느 공원. 그곳엔 커다란 느티나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뿌리가 도드라진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데,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잔잔한 물결처럼 바닥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잎들이 뒤척이며 소근거리고, 그 소리가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기만 했을 뿐인데, 심장이 느긋하게 박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계도, 휴대폰도 그 시간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느꼈던 그 평화로움은 설명할 수 없는 위로였고, 삶이 이토록 단순해도 괜찮다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쉼’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그때 알았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항상 그렇게 조용히 자리를 내어 줍니다. 우리가 문득 멈춰 서기만 한다면, 언제나 품에 안아주듯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그날 이후 저는 나무를 볼 때마다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쉼이 되어주는 가장 조용한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작은 꽃 하나에 마음을 빼앗긴 날

바쁜 일상 속에서 걷던 어느 아침, 인도 끝자락의 틈 사이에서 핀 작은 꽃을 보았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노란색 들꽃이었는데, 콘크리트 바닥 사이를 비집고 피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그 위로 무심한 발자국들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어떻게 그런 곳에서도 피어나려는 생명력이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의연하고 단단한 모습. 그것이 바로 자연이 가진 진짜 힘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꽃 하나 덕분에 저는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자연은 거창하거나 웅장하지 않아도, 그저 살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 이후로 저는 발밑을 자주 봅니다. 걷는 길에도, 벤치 옆에도, 그늘 아래에도 자연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살아 있음의 조용한 증명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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