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잊은 채 어느 길거리에서 / 김영환
세월이 지나가는 자리에
인생이라는 하나의 나무로
자라나는 세상 일부가 되었다
첫 울음으로
세상을 흐르며 걷고 있는
삶이라는 먼 길에 우두커니 멈추어선
많은 것들을 이유를 담고 묻는다
참새처럼 조잘대기도
곰처럼 묵묵하기도 나무의 잔가지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며
그 길을 걷는다
내 삶의 선택은 없었다.
주어진 삶으로 인해 걸어오는 길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 뿐
걷다 보니 같은 길을 걷고 갈래 길에 서서
서로 다른 길을 걷기도 하고
끝이 없는 다른 길로의 선택도
돌아서서 다시 만나는 길목도 내게 주어진
운명이 아닌 선택이었다
그 세월을 담아 가두는 것은
내 존재의 이유를 기록 하는 것
찬바람에도
세월을 따라 걷는 한 작은 존재로의
발자국을 남기며 나는 걷는다
흐르는 것은 말을 잊고 멈추어 선 시계처럼
세월의 공간에 머무를 뿐
모든 것은 흐른다
말을 잊은 채 어느 길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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